1. 먼저 박사님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3년 봄, 통합과정으로 입학하여 작년에 이흥노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13학번 강주성입니다. 현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호남본부 엣지컴퓨팅응용서비스연구실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 연구직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계기는 다소 사소한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서울권 유명 대학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 유행했는데, 저도 고등학교 시절 대학 투어를 간 적이 있습니다. 마침 저희 친척 형님 두 분이 박사 학위를 받고 연구자의 길을 걷고 계셨고, 그분들이 다니는 연구실을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넓은 교정에서 연구에 몰두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와 저를 맞이해 주던 형님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저도 기술 연구를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꿈이 꼭 거창하거나 구체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달릴 수 있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때의 작은 기억 하나가 지금까지 연구자로서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3. 박사님께서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저는 주로 RF 신호 처리를 연구했습니다.
마침 연구실에 입학하던 시기에 전자전 연구센터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이를 계기로 RF 신호 기반 AI 응용 신호처리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RF 측정 신호를 활용한 사용자 인증(User Authentication)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자님과 제가 같은 모델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도, 물리 계층(Physical Layer)에서 신호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각 기기를 특정할 수 있는 고유한 아날로그 특성이 존재한다는 이론에서 출발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보안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해킹을 방어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군용 전자전 분야에서도 상대방의 전파 기기를 식별하는 기술로 응용될 수 있습니다.
4. 현재 연구하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흔히 AI 반도체라고 부르는, AI 추론을 위해 특화된 NPU(Neural Processing Unit)기반으로 AI 모델을 최적화·경량화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엣지컴퓨팅을 위한 소형 NPU를 주 타겟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Hailo라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초소형 NPU가 있습니다. 이를 유치원 CCTV 등에 적용하면 사용자 인식 및 행동 인식과 같은 AI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학위 과정에서 수행한 연구와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가 100%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학과 과학이 추구하는 바를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면, 결국 연구자로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요?
많은 박사 학위자들이 공감하겠지만, 첫 논문이 게재 확정되었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RF 신호의 아날로그 특성을 다루면서 데이터 민감성 문제로 인해 첫 논문 게재가 상당히 지연되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논문이 최종 승인되었을 때, 마치 눈앞에 있던 안개가 걷히는 듯한 개운함을 느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종종 자신감을 잃거나 연구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연구 중간중간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6. 연구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셨나요?
연구 중 막히는 순간이 오면, 저는 연구실 밖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연구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연구실에만 갇혀 있으면 같은 생각만 반복하며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가끔은 술을 마시며 연구 생각을 완전히 잊고 놀았습니다. 그렇게 잠시 연구에서 벗어나 있다가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접근했을 때, 막혔던 부분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7.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으신가요?
올해 AI 분야의 주요 트렌드를 보면 온디바이스 AI, AI 에이전트, AI 반도체, 소버린 AI등 여러 가지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대형 모델을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개성 있는 소형 AI 모델들이 협업하는 방식도 중요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저 역시 온디바이스 AI 상에서의 효율적인 모델 운용에 관심이 많으며, 학위 논문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연구 과제들을 풀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8.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난해는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집중했던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남은 배워야 할 것들을 빠르게 익히고, 연구적으로는 앞서 말씀드린 목표들을 차근히 달성해 나가고 싶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학위 과정 말미에 살이 많이 쪘는데, 건강을 좀 더 챙기는 한 해로 만들고 싶습니다.
9.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세상에 필요 없는 일은 없다."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사회에 나온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크게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학위 과정 중 '이걸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며 기계적으로 수행했던 연구나 업무들이 실제 업무에서 예상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좀 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구에 임했다면, 더 빨리 성장하고 사회로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연구와 업무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쌓여 결국 양질의 지식이 되고, 훗날 자신에게 큰 자산이 된다고 믿습니다.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으로 사회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이흥노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집 센 제자를 오랜 기간 지도해 주시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바를 바탕으로 사회에서 열심히 적응하고 있습니다. 아직 졸업 후 제대로 찾아뵙지 못했는데, 조만간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