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안녕하세요, 교수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석사 과정을 1997년에 마쳤습니다. 당시에는 정보통신공학과였고, 이용탁 교수님의 지도 아래 석사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더 넓은 분야를 탐색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결심했고, 2003년 조지아 공과대학교(Georgia Tech)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미국 뉴욕 시립대학교(CUNY)에서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특히 포토닉스(Photonics) 분야에 오랜 시간 집중해왔고, 포토디텍터, 레이저, 옵티컬 필터와 같은 광학 소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제 연구는 기본적으로 소자 기술(Device Technology)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광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Q2. 교수님께서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석사 과정 때부터 광학이라는 분야에 꾸준한 흥미가 있었습니다. 당시 과기원 내에도 광학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님들이 꽤 많았고,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에 노출되고 관심을 가지게 됐죠. 석사 때 진행했던 소자 연구를 좀 더 깊이 파고들고, 그것을 다른 응용 분야와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렇게 해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소자 하나만을 연구하기보다는, 다양한 시스템과 융합하여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로 확장해보고 싶었습니다
Q3. 현재는 어떤 분야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계신가요?
제 연구의 출발점은 광학 소자였습니다. 현재는 광학 기술을 바이오메디컬 디바이스와 접목하는 쪽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시각과 관련된 연구입니다.
예를 들어, 시신경이나 망막(Retina)에 손상이 생겼을 때, 인공적인 방식으로 자극을 주어 시각을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는 단순히 생체 모사 기술이 아니라, 광학 소자 기술, 생체신호 처리, 그리고 의공학적 접근이 융합된 다학제적인 분야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광학적 백그라운드가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도전적이면서 의미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Q4. 여러 직업 중 교수라는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석사와 박사 시절을 거치면서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문제를 자유롭게 정의하고 풀어나가는 자유로움’이 주는 매력입니다. 연구자, 특히 교수라는 직업은 그 자유도가 매우 높습니다.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걸 어떤 방식으로 풀지, 어떤 접근법으로 다가갈지에 대해 제 나름대로 사고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았어요. 또한 후학을 양성하고, 학생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그 과정도 굉장히 보람차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교수라는 길을 선택한 것은 제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Q5. 연구하면서 특히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이 있다면요?
비슷한 맥락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그것이 하나씩 맞아떨어질 때 느끼는 희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논문으로 이어지고, 외부 펀딩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인정받게 될 때 보람을 느낍니다.
또 하나는 학생들과의 관계입니다. 학생들이 함께 연구하면서 자신만의 분야를 찾아가고, 나름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그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Q6. 연구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연구실 운영, 펀딩 확보, 프로젝트 진행 등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유지되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연구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덕분에 꾸준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보다는 그런 ‘균형감’이 자연스럽게 긴장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Q7. 연구가 적성에 맞는다고 느끼시나요? 연구자에게 중요한 성향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저는 낙천적인 성격입니다. 이게 연구에 있어 꽤 큰 장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죠. 같은 문제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가볍게 넘기기도 합니다. 연구는 실패와 반복이 많은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연구에 적합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누구나 여유와 끈기를 갖는다면 도전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Q8.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나가고 싶으신가요?
가장 큰 바람은 제가 하는 연구가 실질적으로 사회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가 진행 중인 시각 복원 연구는 실제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연구 외적으로는 특별히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꾸준히 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Q9. 석사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요즘은 과기원들도 커지고 연구실들도 다양해졌습니다. 학생 때 가능하면 여러 연구실을 방문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걸 발견한 후에는 유학이든, 취업이든, 창업이든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선택에는 항상 현실적인 장벽이 따르겠죠. 재정, 가족, 시간 등 여러 가지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우회할 수 있는 길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도 석사 후 유학을 갔다가 박사, 포닥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데, 그 여정에서도 막막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오히려 값진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Q10. 해외 취업이나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요즘은 해외에 한국인 교수님들도 많고, 기업에도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과거보다 기회는 분명히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깊이 공부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탐색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실력을 쌓아야 합니다.
영어는 물론 유창하면 좋겠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기술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면 연구와 업무에 큰 지장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Q11.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만약 제가 다시 학부생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지금 뭘 해야 하지?’라는 막연함을 크게 느낄 것 같습니다. 그게 아주 정상적인 감정이에요.
하지만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거다! 하고 단번에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학기든, 방학이든, 다양한 연구실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려보고,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야 비로소 진짜 자신에게 맞는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정의 순간에는 누구나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돌아보면 늦더라도 결국 원하는 길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