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먼저 박사님 스스로를 소개 한번 해줄 수 있을까요?
저는 2021년도에 광주과학기술원(이하 ‘지스트’)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서 박사를 마치고, 현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수복입니다. 대학원 시절 수학과 통계학 기반으로 생명정보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에서 바이오 데이터 분석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가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는 KOBIC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혹시 지스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스트를 선택한 이유를 되돌아보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당시에 지스트의 교육 환경과 연구 지원 시스템은 매우 우수했습니다. 특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막상 입학하고 보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습니다. 아마 다시 되돌아간다면 이 좋은 환경을 더 잘 이용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스트에서의 경험은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로 GIST를 선택하지 않았을지라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매우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학부 전공은 수학이라고 하셨는데, 전지전자컴퓨터전공에서 생물정보학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학부 때 수학을 전공했는데, 수학을 더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컴퓨터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물리’와 ‘컴퓨터’ 분야 중 고민했지만, 컴퓨터공학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죠. 특히 제가 연구하는 생물정보학은 컴퓨터와 생물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생물정보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처음에 연구실 일을 따라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생명과학을 단순한 암기과목으로 생각하여 선택하지 않았었습니다.(웃음) 그런데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하면서,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는 점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측하기 어렵고 계산이 쉽지 않은 생물학의 특성은 저를 더욱 매료시켰습니다.
최근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생물학은 여전히 AI를 접목하기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더 많은 데이터와 상식적인 접근이 어려운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분야에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적절한 공학적 접근을 계속 하려고 하고있습니다.
- 주로 어떤 연구를 많이 하셨나요?
저는 주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명정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GS 데이터는 단순한 유전체 분석을 넘어서,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들을 다루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샘플의 아형 분류를 통해 질병의 특성이나 진행 과정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나, 이를 바탕으로 질병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일도 진행했습니다.
- 연구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로 어떻게 해소했을까요?
연구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은 많았을텐데 사실 잘 기억이 안나네요. 굳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라, 시간날 때 연구 외적인 활동을 통해 놀았다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보통 주말에는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경기를 하거나, 가볍게 캐치볼을 하는게 스트레스를 완화해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물론 컴퓨터 게임도 많이 했지만요. 이런 소소한 활동들이 연구와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제게 큰 위안을 주고, 정신적으로 재충전했다고 생각합니다.
- 여러 직업 중 정출연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원 시절부터 생명정보학을 전공하면서, 다양한 바이오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경험했기에 지속적으로 관련 바이오 데이터 연구를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바이오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과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현재 제가 속해 있는 KOBIC에서는 국가 바이오 데이터 수집, 관리, 그리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안에서 저는 꾸준히 유전체, 전사체, 후성유전체와 같은 오믹스를 포함한 생명정보 데이터를 다루며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실까요?
KOBIC에서 국가 바이오 데이터 수집과 관리 및 연구 지원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원생 시절 진행했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NGS 데이터에 기반한 유전체, 전사체, 후성유전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long-read 기반의 염기서열을 활용해 인간 유전체 변이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유전체 정보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여 개인 정밀의료 연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연구 중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대학원 초반에는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연구라는 것이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도 하고, 특히 처음 시작할 때는 모르는 것이 많아서, 이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연구하는 주제에 조금씩 지식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개인연구보다는 공동으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전혀 모르는 타인과도 비슷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논문도 내고 컨퍼런스에도 나가면서 뿌듯했던 거 같습니다. 혼자만의 논문도 좋지만 모르는 분야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재밌고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학부생 혹은 대학원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세상에는 나보다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교수님의 요구를 맞추기 힘들 때도 있으며, 내가 연구하던 주제를 다른 연구자가 이미 다뤘을 때 혹은 더 잘 풀었을 때 등, 여러 상황들에서 좌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특히 내가 하고있는 연구가 너무 사소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어딘가에 이런 글귀를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내 연구가 세상 어딘가에 쌓이고 이것은 세상의 지식도 조금씩 넓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작게 느껴질지라도 우리의 연구는 세상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지식이 세상의 지평을 1cm라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대학원 시기를 이미 마음 먹으셨다면 연구를 하기로 마음 먹으셨다면, 어디서든 후회 없이 보내고, 마음껏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현재 KOBIC에서는 여러 국책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 데이터 수집 및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사업들이 바이오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디지털 바이오로의 전환과 AI 기반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정제된 바이오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제 개인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대규모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